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너무 짧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혼수품의 대명사인 냉장고나 세탁기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짧은 수준이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통신사가 보조해 준다고 유혹하지만, 사실 내 주머니를 털어내는 교묘한 조삼 모사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버리기 어렵다. 

이사를 오면서 5년 전에 교체한  갤럭시 S3. 특정 제품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는 만큼 브랜드를 공개한다. 2년 전부터 공짜로 기기를 교체해 준다는 문자와 전화가 빗발친다. 교체하기 싫다. 비경제적이고 비현실적인 오기에 가깝다. 

기기를 교체하는 순간, 어떠한 형식이로든 기기값을 물어내고 만다는 고리타분한 편견. 거기에, 멀쩡하게 기능적인 용도를 해내는 물건은 버릴 수 없었던 산업화 시절의 성장과정이 한 몫 더한다. 고교 시절, 마이마이를 사주기 위해 생선을 수백 마리쯤 잘라서 팔았을 부모님의 기억이다.

아침 식탁에는 구운 갈치와 배터리가

 그런데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충천을 모두 끝내도, 충전기를 빼는 순간부터, 배터리 용량이 6시간 남짓이다
▲  그런데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충천을 모두 끝내도, 충전기를 빼는 순간부터, 배터리 용량이 6시간 남짓이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충천을 모두 끝내도, 충전기를 빼는 순간부터, 배터리 용량이 6시간 남짓이다. 그래도 교체하기 싫다. 배터리 때문에 본체를 버린다면, 건전지가 없어 라디오를 버리는 격이다.

배터리 교체를 시도한다. 정품 배터리는 이미 단종이 된 탓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 그래서 지난해 옥션에서 중국산 1만원대 짝퉁 삼성 배터리를 구입했다. 몇 개월쯤 배터리가 하루를 지탱하더니, 반나절로 준 뒤, 급속하게 소멸한다. 

다시 인터넷에 주워 들은 냉동실 요법. 냉동실에 배터리를 넣으면 전하가 일정해지면서, 수명이 길어진다나. 오래 묵은 식품 사이에 위장해 꽁꽁 얼려 보았다. 아내는 그 복잡한 냉동실 구조를 관리하고 있었다. 냉동 갈치 사이에서 배터리를 용하게 찾아낸 뒤, 해동까지 마쳐서, 하드웨어는 교체가 해법이란다. 아침 식탁에는 구운 갈치와 배터리가 놓여있다,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을 써보자

이제 소프트웨어적인 방법. 내 손에서 스마트폰을 얼마나 놓고 있는지 측정해 본다. 20여분 주기.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적이 없다. 자식 이상이다. 스마트폰 중독에 시달린 배터리 수명 연장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우선 페북을 지운다. 페친이라고 하나 뚜렷한 실체가 없다. 기준은 단순하다. 내 마음대로, 양해없이 전화해도 되는가?  탈퇴 과정이 다소 복잡해 배터리를 소모한다. 막상 탈퇴하니, 구글이 알아서 친구를 지워 준단다. 편리하다. 지우기 전에 역사적인 흔적을 돌아본다. 역사성도 추억도 없다. 무엇이 '좋아요'인지, 잘 몰라 모두 삭제를 요청했다.

다음으로 카톡, 먼저 배터리 소모의 원흉인 단톡방이다. 제법 많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두 양해를 구한다.

"'카톡을 하면서, '오톡'이 생겨,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되었습니다. 현안에 대한 논의를 마치면, 방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늘 다시 초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필요한 오해가 없기를, 이후부터 알림이 없다. 불필요한 오해가 있는 듯. 

이제, 밴드. 직장 및 대학, 고교, 고향 친구들. 배터리 소모를 이유로 지울 수는 없다. 무음으로 설정한 뒤, 하루에 한번만 보고, 그 시간에만 댓글을 달기로 원칙을 정한다.

마지막으로 지하철 출퇴근 시간이다. 지하에서는 무엇이든 소모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동반자를 바꾼다. 집이 학교에서 멀어, 독서를 많이 했는데, 부모님이 집 근처로 이사를 간 탓에 그때부터, 책을 멀리한다는 대학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정말 오랜만에 서점에서 책을 사본다. 내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을 위해서. 스마트폰과 통섭의 이야기이다. 제기랄.

여하튼, 5년된 배터리 수명이 최근에는 하루 이상을 간다. 내 휴대폰은 이제 주머니에 담겨 있다. 서너시간 이상. 

홀가분하다. 이 배터리 용량을 잘 지켜주련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47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