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8 18:40
해외에 기반을 두고 인터넷전화 ‘070’을 사용하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02’ 또는 ‘010’으로 발신번호를 조작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번호 조작을 차단하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시행됐으나 피해는 여전하다.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마저 사실상 손을 놓아 미온적 대처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이스피싱 99% 발신번호 조작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수법이 다수다., 해외에서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면서 국내전화인 것처럼 번호를 02나 010 등으로 조작해 피해자를 속이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보이스피싱은 연간 2만건, 피해액만 매년 2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는 총 1만7040건 발생, 1468억원의 피해액을 기록했다. 이중 국제전화 표시 전화는 98건이었다. 전체 보이스피싱의 0.6%에 불과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대표번호 02-15XX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070 번호로 전화를 하더라도 02나 010으로 전화가 온 것처럼 표시돼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보이스피싱의 99%가 변작된 번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외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며 국내 인출책을 동원, 범죄수익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면서 070 번호가 경계 대상으로 지목되자 02나 010으로 조작하는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또 정부기관을 사칭하기 위해서는 번호를 02나 010으로 바꾸는 게 필수다.
경찰은 인터넷전화 국제전화 표시제도나 발신번호 변작 전화 실시간 차단 등으로 범행 시도의 원천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발생 후 인출책, 전달책 등을 추적해 검거하고 있으나 범행 숙주인 해외 소재 콜센터 검거는 국제공조수사로도 어려워 총책을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전화도 국제전화 발신표시를 해 주면 보이스피싱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fnnews.com/news/201708241534586523
■2년 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됐지만…
2015년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발신번호 조작은 불법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났는데도 조작 전화 발신 차단이나 정상번호 송출, 국외 발신전화 안내 조치 등 통신사업자의 의무사항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070 번호를 02로 조작해주고 돈을 챙긴 별정통신사가 경찰에 적발되는 등 최근에는 영업 이익을 위해 조작된 발신번호를 그대로 허용하는 별정통신사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응도 문제다. 과기부가 별정통신사를 점검한 실적은 2015년 83곳, 2016년 150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별정통신사가 564개에 이르는 점에 비춰 턱없이 부족하다. 허술한 관리·감독이 도마에 오르자 과기부는 올해 200곳을 목표로 전수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과기부 관계자는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경찰 수사 의뢰 등에 대해 “수사의뢰를 한 경우도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몇 개 업체인지, 점검 결과 적발된 업체가 어느 정도인지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