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58448

지난 토요일 괜히 기분이 울적하여 다이어트를 위해 2주 정도 안 마셨던 술을 그냥 들이부었습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술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보니 당연히 주머니에 있어야 할 핸드폰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리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중국에서 2년 가까이 쓴 핸드폰인데다가, 처음 살 때부터 화면도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나올 정도로 구형이었기에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술집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들어가자 마자 점원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핸드폰 못 봤어요?”

“못 봤는데요. 전화해보세요.”

술 마셨던 자리를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술집 사장까지 나서서 제 핸드폰으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주었으나 술집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다른 곳에서 잃어버린 모양이었습니다.

결국 그 다음날 아침 새로 핸드폰을 구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왕 새로운 핸드폰을 구입하는 김에 우리나라 분들에게 중국에서 핸드폰을 구입하는 과정, 돈을 충전하는 방식, 전화 번호 입력하는 법, 문자 보내 방법 등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핸드폰을 잃어버렸으니 핸드폰을 사러 가게에 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이 때 중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번쯤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핸드폰이 있다면 그 핸드폰을 중국에서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도 한국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다?

분명 중국과 한국은 핸드폰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글쎄요, 저도 그 방면에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특정 핸드폰 가게에 가면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에 무슨 칩 같은 것을 넣어 중국에서도 쓸 수 있게 해줍니다. 중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핸드폰에 내장되어 있는 무언가를 바꾸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많은 한국 분들이 이렇게 한국에서 가져온 핸드폰을 중국에서도 사용하곤 합니다. 다만 이 경우 한글로 문자를 보낼 수는 있으나 중국어로 문자를 쓸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저처럼 중국 친구들과 더 많이 문자를 주고받는 경우에는 이렇게 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다시 중국 상점에서 파는 핸드폰을 사러 중국 가게에 가야 했습니다.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싸기는 하지만 역시 핸드폰 가격은 우리나라처럼 천차만별입니다. 정말 예쁜 핸드폰들이 보였지만, 이번에도 간단한 기능만 있는 핸드폰을 사기로 했습니다. 핸드폰을 보고 있으니 점원이 다가와 바로 한 기종을 보여주더군요.

“이거 삼성 것입니다.”

그 점원은 제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삼성 핸드폰을 권한 것입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보면 반가워야 할 텐데 저도 모르게 ‘나 그 상표 별로 안 좋아해요’라는 말이 나갔습니다. 점원이 내민 삼성 핸드폰을 본 순간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씨가 생각나면서 저도 모르게 거부 반응을 일으킨 것입니다. 아마도 삼성 비자금 사건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제가 삼성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자 그 점원이 제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는 것입니다. 이 점원은 한국 사람들은 다들 삼성이나 LG 제품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서 삼성을 안 좋아한다고 하니 필시 한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점원이 계속해서 삼성과 한국을 연관시켜, ‘비자금 사건’을 일단 마음 속에서 지우고 애국심에서라도 삼성 핸드폰을 살까 하는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가격을 보고 나니 그나마 그럴 마음도 뚝 떨어졌습니다.

한국 사람인데 삼성을 싫어해요?

옆에 있는 모토로라 핸드폰과 거의 비슷해 보이는 삼성 핸드폰이 중국 돈으로 100원 정도 더 비쌌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제품이라지만 중국 돈 100원이면 중국 물가를 고려했을 때 그리 적은 돈은 아닙니다. 결국 최근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생긴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모토로라와 비슷해 보임에도 더 비쌌기에, 모토로라 핸드폰을 선택했습니다. 점원이 잠시 갸우뚱거려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으나 애써 무시해버렸습니다.

핸드폰 기계를 사고 나니 점원이 자신들 가게에 들어와 있는 핸드폰 번호들을 보여주며 고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핸드폰 기계를 사고 나면 그 가게에 들어와 있는 번호들 중에서 자기가 쓰고 싶은 번호를 골라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에는 별도 비용이 들어갑니다. 새로 들어왔다는 번호를 고르고 나니 점원이 신분증을 요구했습니다. 집에 여권이 있긴 했지만, 다시 갔다 오기 귀찮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나중에 잃어버렸을 때 당신 번호를 다시 찾아오지 못해도 상관없다’라고 쓰인 쪽지에 서명을 하라고 합니다.

아, 왜 그런 서명을 하냐고요? 저처럼 핸드폰을 잃어버린 경우에 전화국에 가서 신고를 하면 다시 그 전화번호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 핸드폰을 살 때 신분증을 갖고 가서 산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냐고요? 처음 살 때도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굳이 전화국에 가서 번호를 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참 좋은 제도 같지만, 실제로 제 주변 중국 친구들도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여지없이 대부분 새 번호를 씁니다. 그걸 보면 실제로 전화번호를 돌려 받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점원이 내민 쪽지에 사인을 하고 나니 이번에는 핸드폰에 돈을 충전할 것이냐고 묻습니다. 아, 예상했던 것이지만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핸드폰 기계에 새로 받은 번호 값에 이제는 핸드폰에 넣을 돈까지 내야 하니 알면서도 괜히 약이 올랐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핸드폰 요금 카드를 사서 미리 충전해야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주로 후불제 방식을 쓰는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들이 핸드폰을 쓰는데 상당한 불편을 호소하지만, 중국에서는 외국인들도 편하게 핸드폰을 씁니다.

직접 카드를 사서 충전할 수도 있고, 핸드폰 가게나 동네 가게에서 대신 충전해주기도 합니다. 돈이 떨어질 때가 되면 문자가 오고, 돈이 다 떨어지면 아예 전화를 할 수 없습니다. 불편할 것 같지만, 자기가 통신비용을 얼마나 쓰는지 예측이 가능하여 쓰다 보면 굉장히 편하게 느껴집니다.

어쨌든 핸드폰을 쓸 수 있게 미리 돈을 충전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 과정까지 다 끝내고 난 후 드디어 새 핸드폰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정말 짜증나기 시작합니다.

핸드폰에 다시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중국 친구들에게 전화 번호 바뀌었다는 문자를 넣을 생각을 하니 한숨만 나옵니다. 이게 사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예 중국에서 태어나 쭉 살아온 사람이라면 중국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고요? 우리나라 핸드폰 사용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중국 핸드폰을 쓰는 것은 꽤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핸드폰 문자 어떻게 보낼까?

중국 핸드폰은 일단 중국어 발음 기호를 입력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그 발음 기호에 해당하는 한자들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글자를 골라야 합니다. 중국인도 아닌 외국인인 저에게 이게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게다가 잘 모르는 한자라도 나오면 사전까지 끼고 문자를 보내야 하니 한숨부터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문자 하나 보내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문자를 한 개도 아닌 여러 개를 보내야 하고, 게다가 전화번호 수첩을 보고 중국 이름까지 다시 넣어야 하니 눈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