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갔다. 아이폰을 사러 간 건 아니었는데 겸사겸사 시간을 잠깐 내 들르기로 했다. 큐슈 여행 넷째날, 텐진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들렀다.
텐진 애플스토어
직원을 찾아 아이폰을 사러 왔다고 하니 저 줄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사실 살 수 있을 거라 기대는 안 했다. 물량이 워낙 모자르다는 이야길 듣기도 했고 오기 전에 기차에서 잠깐 검색을 하니 며칠 전만에도 허탕을 친 사람들이 있었다. 직원은 영어로 "물량이 있으면 살 수 있으나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십분을 기다린 끝에 만난 직원은 "다시 내게 두시 쯤에 오면 살수 있고 원한다면 대기표를 주겠다"고 했다. 일단은 대기표를 받았다.
커널시티 라멘. 베리베리 스파이시라고 써있어서 그래도 신라면 정도로는 매울 줄 알았는데 스낵면 수준이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하카타 커널시티에 (걸어)가서 라멘을 먹고 다시 돌아오면 딱 맞을 시간이었다. 다시 애플스토어에 도착한 시간은 한시 반이었고 삼십분 정도를 다시 기다려 직원과 만났다. 직원은 바로 새 기계를 꺼내주더니 케이스를 살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다시 케이스를 고르고 아이폰을 겟했다. 가격은 256gb 기준으로 129,800엔 한국 돈으로 128만원 정도. 비싸다. 한국 가격 생각하면 싸지만 그래도 비싸다. 물론 현지인들은 여기에 소비세 8%를 더 붙여야 한다. 외국인에겐 세금 안매긴다. 들어올때 관세 신고를 하면 $600불 이상은 부가세가 매겨진다. 물론 그래도 한국보다는 싸다.
텐진 애플스토어 내부. 애플스토어는 어디나 다 똑같은 구조라고 한다. 물론 여기 첨 가봤다.
해외에서 구매하는 게 싸긴 해도 단점이 있다. 한국에서 리퍼가 안된다는 점. 물론 애플스토에서는 '같은 기종이 있을 경우엔 해준다'고 하는데 한국도 곧 애플스토어가 생길테니 이부분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었다. 뭐 안되면 일본가는 지인 편에 부탁 하지뭐....라고 하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여튼 이부분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기다리던 줄.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남색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뭔가 '아 저 애플에서 일해요'같이 생긴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 비싼 물건을 커다란 배낭 안에 꽁꽁 숨겨두고는 마지막날 머물 숙소인 우레시노온천까지 갔다. 아무리 한국과 일본이 그렇게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는 하나 걱정이 안되진 않았으므로 조심, 또 조심해서 드디어 숙소 안에서 개봉 시작.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약 48시간 정도 사용했다. 앞으로 적을 이야기는 전문적인 리뷰어의 리뷰가 아니라 그냥 지극히 개인적으로 아이폰 X에 관해 예상되었던 불편한 점에 대해서 적어놓은 것이다. 상세 스펙은 다른 곳을 참조하면 될 것! 이라고 하려다가 그냥 내가 찾아서 적어놔야지...
아이폰 X 제품사양크기 : 174g, 143.6 x 70.9 x 7.7mm
화면 : 5.8" 2436 x 1125(458ppi) 베젤리스 OLED
CPU : A11 Bionic 64비트 프로세서
RAM : 3GB
후면카메라 : 듀얼렌즈, 망원 F2.4 조리개 + 광학줌 2배, 듀얼 OIS
전면카메라 : TrueDepth 카메라, 인물 사진 모드
배터리 : 통화 21 / 인터넷 13 / 동영상 13 / 오디오 60시간
기타 : Face ID 얼굴인식
솔까말, 지문보다 편하다. 애플이 많이 망가졌다 해도 매 시즌마다 내놓는 걸 심하게 '베타화'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참고로 이걸 쓰기전에 잠깐 노트8을 썼다. 도저히 안드로이드에 적응하지 못해서(이미 생태계가 애플로 구축된 탓도 있어서) 동생에게 넘기기로 해서 아이폰을 산 건데 노트8에도 얼굴 인식과 홍채 인식, 그리고 지문인식 등에 기능이 있었다.
노트8은 기능을 '욱여넣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야 우리 홍채 인식도 되고 지문인식도 되고 심지어 애플이 갖고 있는 얼굴 인식까지 다된다!!"
아 근데... 솔직히 모든 인식이 다 불편해서 나는 패턴을 썼다. 얼굴 인식은 내가 조금만 다르거나 초췌하거나 안경을 쓰거나 못생겼으면(평소보다 더 못생겼다는 말이다) 인식을 못한다. 괜히 기분 나쁠때도 있었다. 홍채인식은 뭐 매번 인식 실패해서 카메라 화면이 뜨면서 내 얼굴과 마주하며 뜬 화면에 내 두눈을 갖다 맞춰야 했다. 그리고 삼성의 지문인식. 아니 왜 폰도 그렇게 무거운데 뒤에다 가져다 놓냐고....
여튼 FACE ID 인식 잘된다. 어두워도 잘되고 못생겨도 잘되고 안경써도 안써도 선글라스 써도 다 된다. 측면에서도 해봤다. 거의 문제 없다. 보안 측면은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쓰는데 불편함은 없다. 지문인식처럼 손 가져다대지 않아도 되서 나는 오히려 지문인식보다 편한 느낌이다. 이건 단언한다. 케바케가 있는게 아니라 그냥 지문인식보다 편하다.
뭐 센서 때려박고 삼차원으로 어떻게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여튼 결론적으론 인식 잘 되고 카카오뱅크 등 다른 보안에도 연계 잘 된다. 심지어 우리 고양이가 내 어깨 위에 올라 탔을때도 인식 되더라. 다만 자고 일어나서 눈 찡그리고 있을 땐 인식이 잘 안된다. 이건 아마 '화면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인것 같은데 이건 설정에서 끌 수 있다.
이건 진짜 케바케인데. 나는 처음부터 아이폰X 상단부 화면이 그리 거슬리지 않았다. 그래도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겠는데 최근에는 앱이 개발되 상단부를 M자 베젤이 아닌 플랫베젤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유튜브 전체화면 잘린다고 하시는 분들 있는데 유튜브는 아이폰 X의 전체화면 모드를 두가지 지원한다.
베젤을 좀 남겨둔 전체화면
M자 상단부 전체화면
참고로 나는 화면이 조금 짤려도 저 완전히 꽉채운 전체화면이 더 좋다. 몰입감이 더 좋다고 해야 하나? 휴대폰 화면부를 다 채우니까 시원시원하더라. 이건 호불호가 있겠지만 어지간해서는 설정으로 다 해결될 문제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참고로... 아직 꽤 많은 앱들은 아이폰X에 완벽히 대응하지 못해서 위아래 다 짤린 널널한 화면을 맛보시게 될 것....은 함정.
아... 이것도 케바케인데. 솔까말 이것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홈화면 전환, 뒤로가기, 앞으로가기 모든 걸 화면으로 제어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번도 빡침을 느끼지 않았다.
아래에서 위로 스윽~ 올리면 금방 화면이 전환된다. 나에게 중요한건 '홈버튼이 사라졌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래서 홈 화면으로 가는 과정이 빡치냐 안빡치냐'인데 그냥 별로 무리 없이 쓴다. 단점이라면 홈키 누르는 그 타격감이 없어졌단 건데 그건 이미 7부터 사라졋....
여튼 그건 좀 불편하다. 앱전환 화면을 로드하려면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린 뒤 약간의 시간을 두어야 하는데 이게 적당히 높이도 맞춰야 하고 여튼 생각보다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앱을 종료하려면 실행되고 있는 앱중 하나를 또 누른 다음에 좌측 상단에 생기는 종료버튼을 다시 눌러야 한다.
여튼 제스쳐로 움직이는게 생각보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고 또 '커진 화면' 때문에라도 일일히 홈버튼 백버튼을 한 손으로 다 움직이기도 힘들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더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란 생각이 든다.
참고로 가상 홈버튼을 제공하고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사용하시면 됨.
다르다. 내가 이거 다른거 실험하려고 이불 속에도 들어가봤다. 진짜 OLED의 블랙은 블랙인가 실험해봤는데. 아주 순수한 검은색. 내 마음과도 같은 블랙이다. 불이 안켜진다. 백라이트 없이 작동되기 때문에 그 심도가 아주 박살난다. HDR이 지원되기 때문에 정말 깊은 명암비를 느낄수 있다.
텍스트를 볼때 되게 편하다. 화면이 액정에 딱 붙어있는듯한 느낌? 유리의 깊이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적 느낌이다.
그래서 일부러 영상도 보고 그랬는데 좋기는 좋다. 근데 솔까말... 그... 비싼만큼 효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비싼 값을 하는 건 알겠는데... 음 사실 옛날 레티나 화면도 난 나쁘지 않았다. 나중에 눈이 덜 피로하고 뭐 그런 기능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 덜 억울하게.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이미 아이패드 프로에서 겪었던 경험인데 내가 맨날 어두침침한데 있어서 그런지 색 온도가 낮게 설정된다. 싫으면 설정 안하면 된다. 그럼 쩅한 그 화면 느낄 수 있다.
나는 카메라에서 삼성과 애플이 기계를 만드는 철학이 좀 느껴졌다. 갤노트 8을 한달간 써본 결과 나는 셀카를 올려대는 비율이 높아졌다. 이유는 단 하나다. 왜곡을 잘 해서. 갤노트는 내 피부를 더 뽀얗게 만들고 심지어 눈도 좀 더 크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다. 나는 왜곡된 내 얼굴에 조금 덜 부끄러움을 느끼며 셀카를 올려댔고 그만큼의 악플을 감당... 아 이건 아니고 여튼 그랬다.
애플은 이번에 인물사진 모드와 조명모드를 추가한 전면부 카메라를 내밀었는데 이게 뭐랄까 삼성과 좀 다르다. 멋있는 사진을 만들어준달까? 정리하자면 삼성은 내게 '못생겼으니까 예쁘게 만들어줄게!'라고 한다면 애플은 '좀 못생겨도 괜찮아 너는 충분히 멋있어'라고 하는 느낌? 물론 나는 삼성이 좋다.
애플의 카메라는 충분히 테스트해보지 않았지만 조명모드는 잘만 활용하면 인생사진을 건질수 있는 각이고 뒷 배경 블러 처리는 여전히 (삼성과 비슷하게) 어색하다.
사운드는... 나는 외장 스피커를 잘 쓰지 않는다. 보통은 이어폰으로 듣고 (참고로 에어팟과의 동기화는 훨씬 나아졌다. 진짜 아이폰5s 쓸때 동기화 끊어져서 짜증났는데... 그리고 묘하게 음질도 좋아진 느낌?) 다녀서 큰 차이를 못느끼고 사실 큰 변화도 없는 것 같다. 아이패드 프로 처럼 갑자기 스피커가 두배로 된 것도 아니고 (아이패드 프로는 정말 블루투스 스피커 없어도 될 정도로 좋아졌다) 그냥 그렇다.
괜찮다. 근데 비싸다.
가성비 별로 안좋은 기계다.
괜찮은게 비싼 걸 커버할 수 있을것인가는 당신이 카드값을 얼마나 견디느냐에 따라 달렸다.
뭐 근데 비싸다고 욕은 실컷 하고 살 사람은 살 거고
안 살 사람은 안 살 거니까 비싸다고 욕할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