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 미국 중국 인도 등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만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보조금 규제로 소비자들이 값비싼 스마트폰을 사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데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 장기화 등이 침체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발전을 이끌어온 스마트폰 내수 판매 위축은 글로벌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만 14% 감소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14일 올해 한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2630만대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3070만대)보다 14% 줄어든 수치다. SA 예상이 맞는다면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2007년 이후 한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건 6년 만이다.
SA는 스마트폰 시장 규모로 지난해 4위를 차지했던 한국이 올해 7위로 밀리고, 2018년에는 10위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2007년 20만대 수준이었으나 2010년부터 큰 폭으로 성장해 그해 690만대, 2011년 1750만대를 기록했다. SA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3000만대 규모의 시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한 해 30만~40만대가량 성장해 2018년 283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SA는 추산했다.
반면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1억7340만대에서 올해 3억1550만대로 급성장하고 이후로도 성장을 지속, 2018년에는 4억242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해 1억1490만대, 올해 1억4300만대, 2018년 1억7690만대가 될 전망이다.
◆시장 포화가 원인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유독 국내에서만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원인으로 보조금 규제, 시장 포화, 스마트폰 사양 고급화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올초부터 계속된 정부의 보조금 규제로 이동통신 시장이 ‘빙하기’를 맞은 것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 마이너스 성장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출고가는 100만원에 육박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할인이나 다름없는 통신사 제조사의 보조금 없이 구매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스마트폰이 고급화하면서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신제품으로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후속 모델과 하드웨어 성능에서 차이가 컸지만 요즘은 성능이 상향돼 아이폰5나 갤럭시S3, 옵티머스G 등만 해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낼 혁신적인 제품 출시가 뜸해진 것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이 3000만대 팔렸다는 것은 사실상 구매력이 있는 국내 시장 소비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샀다는 뜻”이라며 “특히 2009년 아이폰3GS가 출시됐다는 점과 주로 2년 약정으로 스마트폰을 산다는 것을 고려하면 제품 주기가 두 번 회전하면서 시장이 이미 포화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이익의 절반이 스마트폰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 39조1000억원(세전 기준) 중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익(약 20조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마트폰 사업이 약화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일단 제조사들은 완전히 접히거나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지 않는 데는 ‘와우팩터(wow factor·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요소)’가 없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곡면형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를 출시했다. LG전자도 내달 중 곡면 스마트폰 ‘G플렉스’를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