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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통신회사 SK텔레콤TV 광고에 '콸콸콸'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보낸다. SK텔레콤의 네트워크가 가장 잘 터진다는 의미에서다. 반면 2위 통신회사인 KT는 '와이파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다. "와이파이 잘 터져요?" SK텔레콤만큼 잘 터지지는 않지만 대신 공짜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 존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한 광고다. '콸콸콸'과 '와이파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뭐가 더 좋은 거지?

일단 SK텔레콤이나 KT나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1GHz 대역에서 20MHz 대역폭을 추가로 확보해 상대적으로 3세대(G) 서비스 대역폭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데이터 트래픽이 지금 추세로 늘어날 경우 이 역시도 충분하지 않다는 걸 SK텔레콤 역시 잘 알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KT보다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SK텔레콤이 2.1GHz 대역에서 60MHz 폭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KT는 40MHz 폭 밖에 없다. 네트워크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KT 입장에서는 유선과 와이브로 네트워크를 최대한 동원해 와이파이로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SK텔레콤도 비슷한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와이파이는 공짜지만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이동할 때마다 로그인을 다시 하거나 신호가 약해 끊기는 경우가 많아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궁금한 건 왜 SK텔레콤만 더 많은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고 있는가다. 원래는 SK텔레콤과 KT, LGU+가 2.1GHz 대역에서 각각 40MHz 폭을 나눠 받았는데 LGU+가 2006년 이를 반납했고 이 가운데 20MHz 폭을 지난해 SK텔레콤이 넘겨받은 뒤 20MHz 폭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때만 해도 데이터 트래픽이 많지 않던 때라 대역폭을 추가 확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됐다.

통신회사들이 이처럼 2.1GHz 대역에 목을 매는 건 세계적으로 이 대역이 3G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1GHz 대역을 확보하지 못한 LGU+는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을 도입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LGU+는 곧바로 4G 서비스로 옮겨간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도 주파수 확보가 필수다. LGU+는 1.8GHz 대역에서 20MHz 폭을 확보해 2G 서비스에 쓰고 있고, 800MHz 대역에서 20MHz 폭을 4G에 대비해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다시 정리하면 SK텔레콤이 800MHz 대역 30MHz 폭, KT와 LGU+가 1.8GHz 대역에서 각각 40MHz와 20MHz 폭을 확보하고 2G 서비스를 하고 있다. 3G 영역인 2.1GHz 대역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각각 60MHz와 40MHz 폭을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2.3GHz 대역에서 각각 27MHz 폭을 확보하고 와이브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밖에 KT와 LGU+는 900MHz와 800MHz 대역에서 각각 20MHz 폭을 4G 서비스에 대비해 확보해 둔 상태다.

   
▲ 국내 주파수 할당 현황. ⓒ방송통신위원회, 푸르덴셜투자증권 정리.
 
주목할 부분은 2.1GHz 대역 20MHz 폭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4G 시대 업계의 판도가 확 달라질 거라는 사실이다. 만약 SK텔레콤이 가져간다면 80:40:0이 되고 SK텔레콤의 과점 체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KT가 가져간다면 60:60:0이 되겠지만 역시 LGU+는 시장에서 도태되게 된다. LGU+가 가져간다고 해도 60:40:20으로 역시 SK텔레콤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된다. 누가 가져가든 불만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애초에 지난해 SK텔레콤에 20MHz 폭을 넘겨준 것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인 주파수 배분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업체들 요구를 받아준 결과 일방적으로 SK텔레콤에 유리한 경쟁 구도를 만들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전 이사는 "경쟁 사업자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독과점 시장 참여자들에게 거의 영구적인 독과점 수익을 보장하는 주파수 정책에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주파수는 한정된 공공의 자산인 만큼 특정 업체에 혜택을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배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이사는 "향후 2.1GHz 대역 경매에서 SK텔레콤은 원천 배제하는 게 맞다"면서 "2.1GHz와 1.8GHz, 800MHz 등 유휴 주파수 대역을 묶어 주파수 배분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전 이사와 일문일답.

- SK텔레콤은 2.1GHz 주파수 경매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SK텔레콤이 주파수 자원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네트워크 자원이 부족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지 않았나. 미리 주파수 자원을 확보한 SK텔레콤이 나름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텐데.
"SK텔레콤에 2.1GHz 대역을 추가로 내준 건 명백한 특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금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건 정말 한심한 일이다. 이제 와서 SK텔레콤에 준 주파수를 빼앗을 수도 없고 남아있는 대역폭은 20MHz 뿐인데 이걸 형평성 있게 나눠줄 방법도 없다. 애초에 방통위는 주파수 배분에 대한 기본 원칙이나 철학도 없었던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우선 SK텔레콤을 2.1GHz 주파수 경매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부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남발하면서 경쟁을 촉발한 것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자원이 부족하게 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무책임한 마케팅 경쟁을 촉발시킨 것이다. 방통위의 주파수 정책은 완전히 낙제점이다. 과거에도 SK텔레콤에만 800MHz 대역을 할당하고 LGU+에는 사업성이 불투명한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강요하는 등 애초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요금 규제를 통해 1위 업체가 엄청난 폭리를 챙기는 걸 방관해 왔다."

- 유휴 주파수 대역은 2.1GHz 대역에서 20MHz 폭, 그리고 KT가 2G 서비스에 사용하다가 반납하게 될 1.8GHz 대역 20MHz 폭 밖에 없다.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는 추세라 이걸로도 턱없이 부족할 거라는 전망이 많은데.
"분명한 것은 주파수 자원이 한정돼 있고 무제한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건 4G 서비스가 나오고 통신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일은 앞으로도 한동안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한된 네트워크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텐데 방통위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SK텔레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남발하면서 트래픽 폭증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는데 이 역시 결국 방통위의 주먹구구식 정책이 초래한 결과다."

   
▲ 주파수에 따른 회절 각도 및 음영지역(위쪽)과 주파수에 따른 셀 수신범위(아랫쪽). 삼성증권 자료.
 
-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남아돌게 될 700MHz 대역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황금 주파수 대역을 경매 방식으로 넘기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경매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제돼야 할 기본 원칙은 신규 사업자를 비롯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고 형평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비싸게 부르는 회사에게 넘겨주는 방식, 지난 10년처럼 3개 통신회사가 적당히 나눠먹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MVNO(이동통신 재판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건 이들이 네트워크 임대료를 지나치게 비싸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후발 주자를 용납하지 않는 시장이 돼 있다. 이처럼 공정한 경쟁이 원천 배제되면 누가 그 피해를 보게 될 것 같은가. 결국 소비자들이 요금 폭탄을 맞게 된다."

- SK텔레콤과 KT, LGU+ 이외의 다른 통신회사가 그 주파수를 가져갈 수도 있다고 보나.
"통신회사들 매출 기반이 음성 통화에서 데이터 트래픽으로 옮겨가고 있다. 통신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회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잘 나갔던 회사들이라고 해서 앞으로 10년 동안도 이 회사들이 계속 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 오히려 새로운 통신 사업자가 등장해야 경쟁이 촉발되고 통신 요금도 지금보다 훨씬 낮아지게 된다.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전까지 통신회사들이 와이파이 접속을 허용하지 않았던 걸 돌아보라. mVoIP(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차단하는 시대착오적인 담합도 사라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데이터 요금도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음성통화나 문자 메시지도 데이터 서비스에 포함돼 무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통신회사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회사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 기타 콘텐츠 회사들도 관심을 가질 거고 다양한 후발 주자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미국처럼 공유 주파수 대역을 허용하는 방법도 있다. NHN이나 삼성전자도 통신사업을 할 수 있다.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는 거다. TV 주파수 대역 사이의 화이트 스페이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공유 주파수 대역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700MHz 대역은 효율이 좋아 기지국을 듬성듬성 세워도 된다. 설비 투자 비용이 훨씬 적게 들면서도 통신 품질은 훨씬 더 좋은 대역이다. 이런 황금 주파수를 특정 사업자에게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지국 사용 대가만 내면 누구라도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거다. 물론 통신회사들이 엄청난 기득권을 순순히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만약 공유 주파수 대역이 허용되고 다양한 후발 사업자들 진입이 허용되면 그때부터는 콘텐츠의 경쟁이 된다. 통신 품질은 똑같으니까 누가 얼마나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경쟁의 관건이 된다. 소비자들은 유심칩을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 손쉽게 통신사를 갈아탈 수 있게 된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방통위가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공유 자산인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면 된다."

- 정리를 하면, 공공의 자산인 만큼 공공적인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 그 말인가.
"공공적인 목적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통신회사들의 독과점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우선이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그게 결국 공공성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방통위는 그동안 공공성을 내세우면서 온갖 엉터리 규제와 특혜를 남발해 왔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정하고 뒤로 빠지는 게 더 낫다. 방통위가 거대 통신회사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문제제기, 비판이 계속돼야 한다. 통신과 미디어 산업의 향후 10년이 방통위의 주파수 배분 정책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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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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